“층간소음 영감 주고 떠난 윗집”…진짜 현실 공포 ‘84제곱미터’ 비하인드 [쿠키인터뷰]

“층간소음 영감 주고 떠난 윗집”…진짜 현실 공포 ‘84제곱미터’ 비하인드 [쿠키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김태준 감독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24 09:21:18 업데이트 2025-07-24 16:33:20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김태준 감독. 넷플릭스 제공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층간소음 소동에서 출발해, 불쾌할 만치 현실적인 소재, 섬세한 연출, 예측을 거부하는 상상력이 더해져 독보적인 스릴러가 탄생했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의 이야기다.

한데 알고 보니 ‘84제곱미터’는 김태준 감독의 경험담 확장판격이었다. 2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거짓말 같지만 초고를 완성한 날 윗집이 이사 갔다. 영감을 주시고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소리가 또 나더라. 윗집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84제곱미터’는 층간소음을 단순하게 갖다 쓰지 않았다. 영끌에 빚투까지 인물들의 일상에 녹여내며, 2030세대의 어두운 이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래서인지 일부 장면은 적나라한 고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 감독은 “집을 사고 집을 지키고 집을 되찾는 우리 시대 청년들의 여정”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주인공 노우성(강하늘)이 청년을 상징하는 셈이다.

“노우성은 주체적으로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이 사람 저 사람 말에 계속 휘둘려요. 그런 장면들이 쌓이다 보니 몇몇 분들은 보실 때 힘드셨던 것 같아요. 제가 고어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거든요. 정서적으로 나의 모습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를 투영한 것이기도 하고요.”

작품은 크게 노우성이 자신의 집을 급매하고 받은 계약금 8000만원을 투자한 코인을 끝내 고점에서 매도하지 못하는 장면 전후로 나뉜다. 강렬한 시퀀스를 후반에 배치할 수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를 기점 삼아 이야기를 양분했다.

“현실에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충돌하는데, 우성이가 중반까지는 유주택자로서 행동해요. 그런데 코인 시퀀스 이후에는 무주택자로서 가치관이 바뀌는 점들이 있거든요. 전반부에는 시선의 방향도 위를 보고 계속 올라가다가, 자기를 이해해 주고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은화(염혜란) 말을 듣고 시선이 아래로 바뀌어요. 그랬던 사람이 집을 잃고 나서는 또 시선이 위로 향하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잘라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김태준 감독. 넷플릭스 제공


사건 대부분은 노우성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일어난다. 연출적으로는 재미를 보기 쉽지 않은 공간이다. 이에 김 감독은 설정을 적절히 비틀며 제약을 극복했다. “일반적으로 설정하면 현관 LED 등을 켜놔야 하는데 그러면 정말 재미없잖아요. 이 사람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그림적인 재미를 가져가고 싶어서 전기를 아끼는 설정을 넣었죠. 광원은 있어야 하니까, 우상이의 조그마한 희망 같은 캠핑등을 썼고요. 희망을 조금씩 충전해서 집에서 불빛을 피워놓고, 또 일어나면 꺼져 있고 다시 겨우 충전하고, 이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심리에 따라서 조도가 변하기도 하는데, 최대한 같은 공간을 다르게 보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어요.”

목숨을 걸고 스스로 생각한 진실을 좇는 영진호(성현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에는 “원동력은 항상 숨어 있던 사람이 정점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열심히 했는데 주목은 못 받고, 이름 없는 존재처럼 불법적인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서 오는 박탈감, 이제 내걸 해보고 싶단 생각이 큰 동력이었을 것 같아요. 단순히 돈으로 갈지도 고민했는데, 그렇게 되면 주제와 결이 달라질 것 같았어요.”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에 이어 두 번째 영화를 갓 내놓은 신인 감독답게 결말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아파트 최상층에서는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층간소음을 내던 이가 사라지고 돌아온 집에서는 또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노우성은 씁쓸하지만 호쾌한 웃음을 터트린다. 김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네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폭파 후 우성이가 밖에서 누워서 바라보는 아파트를 지옥 같은 콘크리트 괴물처럼 그리고 싶었어요. 또 우성이는 자기 자신은 지키지 못했지만 아파트는 지킨 사람이 됐어요. 그래서 이런 우성이의 씁쓸한 모습을, 가깝게 있다가 점점 멀어지면서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어요. 굉장히 힘든 일을 겪고도 이 환경에 다시 들어와서 살 수밖에 없고, 윗집도 아랫집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같은 소리가 나고. 감옥에 갇힌 듯한 이미지에 우리를 투영하려고 했어요.”

심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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