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 의대생 8000여명 복귀 허용…집단행동에 또 물러선 정부

유급 의대생 8000여명 복귀 허용…집단행동에 또 물러선 정부

기사승인 2025-07-25 17:11:35 업데이트 2025-07-25 17:14:11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 곽경근 기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 지난해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올린 글이다. 의정 갈등 1년5개월 만에 이 말은 현실이 됐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 등에 반발해 수업 참여를 거부해 온 의대생들이 올해 2학기에 복학할 수 있게 됐다. 오는 8월 의대생 복귀에 이어 9월 전공의들이 돌아오게 되면 지난해 2월 발생한 의료 공백이 메워지게 된다. 길었던 의정 갈등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기존 복귀자와 타과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 ‘특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40개 의대 총장들로 구성된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의 의대생 복귀 방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정부는 의총협의 입장을 존중하며, 개별 대학 학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8000여명에 달하는 유급 대상 의대생들의 유급 처분은 그대로 하되, 올 2학기 수업부터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의총협에 따르면 예과 1·2학년은 내년 3월에 정상 진급하고, 본과 1학년은 2029년 2월, 또 본과 2학년은 2028년 2월에 졸업한다.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에 졸업한다. 2학기 복귀 의대생들은 방학 등을 활용해 1학기 미이수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부는 “수학 기간은 단축되는 게 맞지만, 배우는 내용을 줄이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이나 8월에 졸업한다. 3학년의 경우 학교마다 정해진 실습 시간 기준이 달라 졸업 시기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절충안인 ‘5월 졸업안’이 제시됐지만,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 등을 고려해 대학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8월에 졸업하는 본과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에 한해 의사국가시험(국시)을 추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관계 법령·학칙이 정하는 범위에서 학사 운영에 관한 창의적 방안을 마련한다면 이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의총협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지난해 2월부터 수업 참여를 거부해 온 의대생들에게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하고, 2026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린 데 이어 또 물러선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곽경근 기자

정부 정책 실책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국시를 한 번 시행하는 데에는 2억원의 국고보조금이 든다.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의대생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급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학칙까지 변경하는 점, 6년의 교육 연한을 1학기 덜 채워 5년 반 만에 졸업이 가능하게 한 점 등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국장)은 이날 ‘의료 사태 재발 우려가 있는데 대책이 논의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의대생의 복귀와 교육을 우선으로 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걸 염두에 두는 방지책은 논의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타 학과 학생들의 집단행동에도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선례가 될 것’이란 지적엔 “고민이 많았다”며 말을 아꼈다.

의대생 특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차갑다.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 동의자 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6만7088명이다. 해당 청원 동의자 수는 지난 22일 5만명을 넘어 23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교육부는 이번 복귀 방안을 학사 유연화가 아닌 ‘교육 과정의 정상화’로 규정했다. 교육부는 국시 추가 시행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체계를 복원하는 과정”이라며 특혜 제공이라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의대생 졸업 시기는 단순히 학생 졸업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의료 인력 양성과도 관련이 있다”면서 “의대 교육은 준공공재적 성격이 있고, 필수의료 분야 인력 양성은 국가 책무인데 교육 현장이 낙후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의대생이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으로 성장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부분이 있다. 학생 복귀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의대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의대생들이 국민들께 봉사하는 의료인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