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내년에 치러질 민선9기 지방선거가 열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도 선거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공직사회와 지방의회 비리에 대한 폭로와 수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북지역 기초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경찰의 전방위 수사로 공직사회가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북경찰청이 첩보 입수와 고발장 접수 등을 통해 수사에 착수한 기초지자체는 익산시와 남원시 등으로 일부는 지자체장이 직접 사건에 연루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6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근 익산시 간판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사실을 확인하고 담당 부서 사무관(과장)을 긴급 체포해 구속했다. 압수수색 도중 부하 직원을 시켜 자신의 차를 옮기려고 했는데, 이 차에서는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다발과 상품권이 발견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남원시는 승진 인사를 둘러싸고 비리 의혹이 불거져 담당 부서 과장과 팀장 등 3명이 형사입건됐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명확한 대상자는 통상 승진 인사에서 배제하는 게 원칙인데 남원시는 음주운전으로 경찰조사를 받은 6급 공무원을 승진자 명단에 올리고, 지난해 7월 정기 인사에서 사무관으로 승진시키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김제시는 한 인쇄 업체가 최근 3년 동안 김제시와 200건이 넘는 수의계약을 했는데, 이 업체의 대표가 현직 김제시의원의 조카라고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으나, 김제시는 시의원과 관련된 업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 해체 공사 감리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사용 컴퓨터 교체에 특정 업체가 입찰을 거의 싹쓸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전북특별자치도청 대변인실의 광고비 부정 집행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7급 공무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나면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일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에서 의원들의 국외연수비 부풀리기, 소상공인 예산 시의원 관련 업체 몰아주기 등 부정행위가 일어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도의원과 직원들이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등으로 국외연수를 가면서 연수비용을 부풀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의원들의 국외연수 항공권 경비를 공문서를 위조해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도 지방의회 국외연수 때 항공편을 비즈니스 좌석으로 예약해 예산을 받은 뒤 실제로는 이코노미좌석으로 변경해 차액을 사용하거나, 숙소를 비싼 가격에 예약한 뒤 실제 숙박 과정에서는 할인받아 리베이트를 받는 등 ‘예산 뻥튀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전주시는 공공배달앱인 ‘전주맛배달’의 구독 할인 서비스로 지출된 1억800만원의 소상공인 지원 예산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약 7000만원이 전주시의회 전윤미 의원과 가족, 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몰아준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전 의원은 예산을 심의할 당시 문화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었고 이후 위원장이 되었다가 문제가 되자 사과하고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진보당은 전 시의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방의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세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직권남용이자 민생범죄이며, 소상공인 예산이 결과적으로 전 의원과 주변인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원의 막말과 음주운전, 갑질, 부정 청탁 등 비위행위는 잊혀질만하면 다시 되풀이되면서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다. 의원들의 자질이나 행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주민들이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사회 내부의 인사와 회계, 청탁 등에 관련된 각종 비리는 더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임기 막바지에 돌출하는 의혹과 비리는 다음 선거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 있고, 일부에서는 상대방에게 타격을 줄 목적으로 의혹을 제보하기도 한다.
특히 전북은 더불어민주당이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모두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전북은 30년 넘게 민주당 독식구조가 고착된 지역으로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란 등식이 존재하고 있어 후보들의 소양이나 전문성과는 관계없이 공천권자나 영향력 있는 지역 정치인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후보들이 결정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일탈과 비리가 민주당과도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정황이다. 아무리 작은 비리와 일탈이라도 엄정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도 처벌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자치도민의 정치 혁신에 대한 기대는 더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공직사회와 지역 정치권이 보다 정화되고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