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시가 지난달 17일 발생한 노곡동 침수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주요 방재시설의 고장과 운영관리 체계의 문제로 배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대구시가 구성한 민관합동 침수사고 조사단은 4일 브리핑을 통해 “직관로 수문의 개방율 저조와 제진기 작동 실패, 그리고 침사지 수문 운영기준의 미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발표했다.
수문 고장에도 6일간 ‘3.18%만 개방’…배수기능 상실
조사단에 따르면, 노곡동 마을 우수를 금호강으로 직접 배수하는 직관로 수문이 고장으로 인해 100% 개방되지 못했으며, 침수 발생 6일 전인 7월 11일부터는 3.18%(수문 높이 중 7.95cm)만 개방된 상태로 운영됐다. 이로 인해 직관로의 본래 배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제진기 유입물 적체, 침사지 운영기준도 ‘부적절’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제진기 앞에 유입된 유송잡물로 인해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제진기 가동이 늦어지면서 협잡물이 쌓여 배수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결과적으로 하류 침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고지배수로 입구에 설치된 침사지 수문 운영 기준이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의 분리배수 원칙을 따르지 않고 금호강 외수위 기준만 적용한 결과, 상류의 산지 홍수유출수가 하류 배수시설로 유입돼 배수 효율을 떨어뜨렸다는 설명이다.

시설 고장 방치·운영 주체 혼선도 원인
특히 조사단은 배수시설 관리 미흡과 주체 분산의 문제를 함께 지적했다. 직관수문은 2025년 3월 고장이 발생해 임시 고정만 한 상태로 운영됐고, 게이트펌프도 고장 이후 철거 전까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또 노곡동 방재시설은 고지배수로와 침사지는 북구청이, 펌프장은 대구시 도시관리본부가 관리하는 이원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였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근본은 유지관리 체계 문제…방재 인프라 보강 시급”
조사단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방재시설 전면 점검, 고장 수문 임시 보강, 상류 산지 유입 부유물 차단 시설 설치 등을 제안했다. 또 펌프장 운영 인력을 우기 중 탄력적으로 확대하고, 긴급대응 체계를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적으로는 침사지 수문 운영 방식 개선과 배수시설 관리 주체의 일원화를 추진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우회 배수로 및 지하저류조 설치, 제어시스템 자동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안승섭 조사단장은 “노곡동 침수는 자연현상보다 인위적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향후 집중호우와 태풍 등에 대비해 근본적인 방재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조사단이 제안한 개선안을 바탕으로 재난 대응체계의 전반적인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