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을 덮친 폭우가 지나가자 이번엔 폭염이 서울을 달구고 있다. 이달 초 일주일간 이어졌던 폭염경보가 24일 다시 발령되며 도심은 다시 ‘찜통’이 됐다. 특히 복사열로 달궈진 아스팔트는 체감온도를 끌어올리고, 온열질환까지 유발하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간인 ‘길 위’가 온열질환의 주된 취약지로 떠오르자, 서울시는 열기 차단 대책에 본격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전날 발표한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5월15일부터 7월23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1979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 지역 환자는 175명이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실외 작업장보다 오히려 길가나 공원 등 야외활동 공간에서 온열질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가 살수차 운영과 쿨링로드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다.
서울시는 폭염 종합지원상황실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도로에 물을 뿌리는 살수차 운영 횟수를 하루 최대 6회에서 8회로 늘렸다. 25일 기준으로 기존 시 보유 살수차 187대 외에도 민간 살수차 116대를 추가 확보했다. 이 차량들은 25개 자치구에 지원된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임차한 것이다.
도로에 물을 분사하는 쿨링로드도 확대 설치 중이다. 쿨링로드는 지하 배관을 통해 물을 끌어올려 도로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살수차보다 훨씬 빠르게 도로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는 시청역, 종로3가역 등 13개 구간(총 3.5km)에서 쿨링로드를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광화문청계광장, 시청숭례문 구간에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살수차는 물을 실어 나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뿌리는 거리에도 제한이 있어 차선 전체를 식히기 어렵다”며 “반면 쿨링로드는 약 1.5m 간격마다 양쪽으로 물을 뿌리는 노즐이 설치돼 있어 도로 전체를 신속히 적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각 자치구도 폭염 대응에 나섰다. 영등포구는 폭염특보 발효 시 20분 간격으로 청사 간 이동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본관과 약 350m 떨어진 별관 사이를 순환하며, 어르신과 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한다.
동대문구는 주요 야외활동 공간에 ‘더위사냥 힐링냉장고’를 설치했다. 중랑천·성북천·정릉천 산책로와 배봉산 입구 등 7곳에 마련된 이 냉장고에서는 하루 세 차례 생수를 나눠준다.
전문가는 외출 시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가능한 한 그늘을 따라 이동하라고 조언한다. 박경진 인제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우선적으로 장시간 보행은 피해야 하며, 도로변보다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그늘진 공간을 활용하는 게 좋다”며 “건물 사이로 흐르는 빌딩풍(건물 사이로 바람이 몰리며 생기는 강한 바람)도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