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장기·벤처 투자 관련 회계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12일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금융투자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유관기관 및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벤처투자회사 등 자본시장 참여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현재 한국이 회계정보의 국제적 정합성 확보를 위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은 ‘원칙 중심 회계기준’으로, 회계 처리의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이같은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모험투자 등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가로막는 애로가 있는지 점검하고, 적극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회계처리 기준 논의
우선 ‘만기 없는 환매금지형(소위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논의됐다. 은행, 보험사, 운용사 등 투자자들은 장기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의 회계처리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기해왔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회계처리 방식을 회계기준원에 요청했다.
회계기준원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회계처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거쳐 전날 회신했다고 밝혔다. 회계기준원은 일반적인 펀드의 경우 만기가 있거나 중도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채무상품’으로 분류돼 관련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가 없고 환매가 금지된 인프라펀드’의 경우 발행회사가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해야할 의무가 없는 만큼 ‘지분상품’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프라펀드가 지분상품으로 분류되는 경우, 투자자는 해당 펀드의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손익계산서, FVPL)으로 반영하는 대신 ‘기타포괄손익누계액’(재무상태표, FVOCI)에 표시하는 회계처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금리나 경기 변동 등에 민감한 장기 투자시에도 투자자의 재무제표상 손익 변동성이 대폭 줄어들게 돼 금융권의 장기투자 유인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 보험사, 운용사 등 주요 투자자들은 이번 회계처리 기준의 명확화를 통해 해상 풍력 발전, 데이터 센터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고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회는 생산적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큰 만큼 장기·벤처투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적극적 관심을 당부했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애로사항 청취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벤처캐피탈 협회를 비롯한 PE, 신기술 금융사업자, 벤처 투자회사들은 지난 2020년 시행된 비상장주식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의 추가적인 개선을 건의했다. 이들은 사업화까지 오랜기간이 소요되는 기술기반 벤처기업의 특성상 특별한 기업가치 변동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원가로 측정해도 회계정보 왜곡 우려가 적은 경우에는 공정가치 평가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원가 측정 허용범위를 확대해달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지난 2020년 벤처투자법 제정을 통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주요 벤처투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방식에 대한 회계처리 완화도 건의했다.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은 장래 제3자 후속 투자가 발생할 때 기업가치와 지분율이 결정되는 투자 계약이다. 이 계약은 상환 만기일과 이자가 없고 장래에 주식 형태로 발행되는 자본 성격을 지니지만, 발행 주식 수와 주당 가치가 확정되지 않아 부채 성격도 포함된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또 SAFE는 기업가치 산출이 어려운 초기 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데 매년 또는 매분기마다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 이에 벤처캐피털협회는 투자받은 기업이 SAFE를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방안과 투자자의 공정가치평가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제기된 현장의 애로사항을 포함해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있는 부분들을 관계기관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회계처리기준 및 가이드라인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보완할 예정이다. 또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회계업계, 기업 및 전문가 등과 함께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현장과 수요자 중심의 회계제도 개선과제를 지속발굴·개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