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해 ‘고액 과외’ 찾겠죠”…영어유치원 금지법에 냉소적인 학부모들

“단속 피해 ‘고액 과외’ 찾겠죠”…영어유치원 금지법에 냉소적인 학부모들

국회 입법 두고 갑론을박…“과열 경쟁” vs “음성화 우려”

기사승인 2025-08-12 06:00:10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아이들의 등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대표 발의한 ‘영어유치원 금지법’이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열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막고 아동의 발달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실효성 없는 규제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반발 역시 거세다.

이번 개정안은 영유아 대상 학원의 교습 범위를 명확히 규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들 학원이 학교 교과를 국제화 명목으로 영유아에게 가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 발의의 배경에는 교육부가 발표한 높은 사교육비 통계가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영유아 보호자 1만3241명이 사교육에 지출한 비용은 8154억원에 달했다. 특히 ‘영어유치원’에는 1인당 월평균 약 154만5000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는 “경쟁 불안과 장시간 교습은 아동 인권 침해”라며 발의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전은옥 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후 교육 정책이 영유아 발달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공교육 내 영어 교육 환경 개선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학부모들의 반발은 연일 거세지고 있다. 국회 입법예고에는 1만 건이 넘는 의견이 달렸으며 이 중 90% 이상이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었다. 

한 청원인은 “부모의 교육 선택권과 아동의 학습권을 침해하며, 값비싼 비밀과외를 양산해 교육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중국의 ‘쌍감정책’ 실패 사례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규제를 단행하자, 대형 학원 대신 고액의 비밀과외가 성행하며 교육 불평등이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태국 한국학원총연합회 기획이사는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길을 밟으며 더 불투명한 지하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약 4만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의 대규모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법안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면밀한 검토를 요구했다. 김사훈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이 ‘프렙’(기초 회화를 넘어 어휘·문법·독해 등에 초점을 맞춘 영어 심화 학원)을 설립하거나 원어민을 개인교사로 채용하는 등 법안의 허점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가 또 다른 기형적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정안은 허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