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자 늪’에 빠진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대형 고객사로 확보하며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애플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칩 제조 기술을 개발·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해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정확한 수주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글로벌 물량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실제 양산은 이르면 내년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은 지난달 테슬라와 체결한 165억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위탁생산에 이은 연속 호재다. 테슬라 측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번에 공급받는 차세대 AI 칩은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발표 직후 삼성전자 주가는 6.8% 급등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최근까지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올해 2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4% 급감해 약 4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2023년 4분기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애플·테슬라 수주가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 반등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이 칩의 구체적인 종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이번 삼성 칩을 차세대 아이폰18에 탑재될 이미지 센서(CIS) ‘아이소셀’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 카메라용 CIS를 일본 소니에서 전량 공급받아 왔는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새 공급업체로 선택했다. 소니의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다는 점, 그리고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아이소셀 센서는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오스틴 파운드리가 생산을 맡는다. 웨이퍼 두 장을 접착한 3단 적층 구조와 최신 저전력 공정을 적용해 고해상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와 샤오미, 비보, 모토로라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해당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애플과 테슬라의 대규모 수주가 테일러 공장의 수율 개선과 향후 2나노 양산 라인의 수주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테일러 공장의 2나노 라인은 2026년 가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애플 아이폰18용 CIS 양산, 테슬라 등 신규 거래선 확보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영업 적자의 폭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