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 10명 중 9명가량은 장기간 근무와 방사선 노출 등 고된 수련 환경으로 인해 난임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전공의들이 출산과 육아로 수련을 포기하지 않도록 수련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식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공의 안정적 수련 재개를 위한 수련환경 개선·수련 연속성 확보 방안 모색’ 정책세미나에서 “전공의는 단순한 피교육자가 아니라, 미래의 지역의료와 중증 핵심 진료의 중심이 될 의료 전문가”라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했다.
김 대표는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출산·육아·병역 등으로 인한 수련 공백을 제도적으로 메울 수 있는 휴직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약 20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87.3%(매우 그렇다 53.9%, 그렇다 33.4%)는 고된 수련환경으로 인해 난임이나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74.5%(매우 그렇다 40.9%, 그렇다 33.6%)의 전공의는 수련 중 육아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49.7%(매우 그렇지 않다 17.5%, 그렇지 않다 32.2%)는 수련 중 임신·출산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육아로 인한 수련 중단에 대한 걱정도 컸다. 전공의 84.4%(매우 그렇다 50.1%, 그렇다 34.3%)는 ‘출산·육아로 인한 커리어 단절이 두렵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장기간 수련 중단 후 재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경우 임신·출산·육아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8.7%이며, (여성 전공의에 대한) 제도적 보호 필요성에 대해선 94.1%가 공감했다”면서 “휴직 시 업무 공백을 메울 입원전담의 등 전담인력의 확보와 국가의 재정적 지원 확대가 병행돼야 전공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며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제도 개선은 국민의 생명권·건강권 보장과 나아가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라면서 “양질의 수련 환경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전공의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소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는 “이번 의료 사태 이전부터 전공의들은 주 80시간이라는 과도한 근무 환경 속에서 수련을 받아왔다”며 수련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수련병원 사직 후 출산해 아이를 양육하며 복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정 전공의는 “임신한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없어 남은 업무는 동료 전공의들 사이에서 재분배되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동기나 선·후배 전공의들이 심적·물리적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면서 “동기, 선·후배들의 배려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임신을 결심하기까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근무 시간이 주 60시간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일주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와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수련을 재개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이 크다”라며 “육아도 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커리어를 지키고 싶다.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적·법률적 뒷받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