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는 무조건 발치?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는 무조건 발치?

기사승인 2013-10-31 11:25:00

[쿠키 건강] 직장인 L씨(39)는 지난 추석 음식을 먹다가 금니가 빠지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알고 보니 신경치료까지 했지만 안에 남아 있던 치아우식증(충치)때문에 씌웠던 금니가 헐거워졌던 것. 그는 주변의 추천으로 미세현미경을 사용한다는 치과병원을 찾았다.

이 치과병원에서는 치아의 뿌리가 건강한 편이라 뽑을 필요 없이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는 뽑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L씨는 “요즘 치과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며 “고생도 덜하고, 비용도 아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신경치료에 실패한 치아를 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이다.

치과용 미세광학현미경은 쉽게 말해서, 사물을 크게 확대시켜주는 현미경을 치과용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미세광학현미경이 치과에 보급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워낙 가격이 비싼데다, 현미경의 고배율로 보면서 실제 손으로 치료하는 시술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광학현미경은 신경치료를 할 때 사용하면 보다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치과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 년 전부터 치과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신경치료는 치아우식증으로 치아 안쪽에 있는 신경이 자극돼 통증이 생길 때 죽은 신경조직을 제거하고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처치하는 치료이다. 신경관이 가는 반면 우식증이 생긴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미세광학현미경이 없는 경우에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부분보다 약간 넓게 치아를 깎아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미세광학현미경을 활용하면 치아우식증이 생긴 부분만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다. 때문에 건강한 치아 부분까지 삭제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미세광학현미경은 기존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정교한 치료법들의 시술도 수월하게 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치근단절제술’이다. 이 치료법은 염증이 생긴 잇몸을 절개해 치아 뿌리 끝을 2~3mm 잘라낸 뒤 세균과 염증을 없애고 약재를 넣어 자연치아를 살리는 시도이다. 비슷한 치료법으로는 썩은 치아를 뽑은 뒤 다시 심는 ‘치아재식술’이 있다.

물론 치근단절재술은 제 1 대구치만 가능하고 남아 있는 치아가 건강해야하고, 치아재식술의 경우 발치할 때 치아가 손상되거나 치주염(풍치)이 있을 시에는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썩은 치아의 경우 무조건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했던 최근까지의 치과 치료 경향에 비춰보면 미세광학현미경은 환자들에게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활용할 만하다.

에스플란트치과병원 보존과 이종호 원장은 “미세광학현미경은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신경치료를 비롯해 다양한 치료법들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치료로 가능케 해준다”며 “특히 치아의 미세한 신경관이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미세광학현미경은 매우 단순한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가장 기본적인 발치 치료의 경우, 치아 내부를 잘 살필 수 있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상악천공 등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세광학현미경은 치과의사를 도와주는 기구일 뿐 만능은 아니며, 경험이 많은 치과의사가 적절한 시술 시 사용해야 미세광학현미경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email protected]
조규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