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규봉] 우윳값 갈등… 유명무실한 원유가격 연동제

[기자의 눈/ 조규봉] 우윳값 갈등… 유명무실한 원유가격 연동제

기사승인 2013-08-13 14:54:01


축산업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6월 7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낙농산업 선진화 대책’ 추진안으로 원유가격 연동제를 내놓으면서 생산자와 유업체 등 낙농관련 4개 단체에게 당부한 말이다.

낙농가와 유업체는 싸우지 않아도 원유값 인상으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어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같은 날 이해당사자간 이해와 양보를 통한 자구노력을 다짐하는 ‘상생 협약식’도 체결했다.

두 달이 지났다. 정부와 민간, 학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그간 빚어왔던 갈등 없이 1리터에 834원인 원유 가격을 940원(12.7%)으로 106원 올렸다.

원유값이 오르자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계도 각자 가격 인상 수순을 밟기 시작한다. 오른 원유값 때문에 손해보고 팔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업계는 리터당 흰우윳값을 250원씩 인상할 계획을 내놓게 된다. 인상가격 250원은 앞서 농식품부 장관이 언급한 ‘상생값’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원유가격 연동제로라면 매년 인상은 불가피하다. 소비자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급기야 대형마트에서도 꼼수(?)는 보이지만 하나로마트가 우윳값 인상분을 유통마진에서 빼는 방식으로 인상가 반영을 하지 않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단체는 오른 원유값에 비해 우윳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유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유업계는 250원이 적정마진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원점에서 다시 원유값 대비 우윳값 인상폭을 재논의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원유가격 연동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낙농관련 단체의 갈등은 없앨 수 있었으나 반대로 소비자들과 직접적으로 밀고 당기는 갈등을 낳았기 때문이다.

까막눈이 아닌 이상 가격에 민감한 소비재는 소비자 마음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내놓은 원유가격 연동제마저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낙농가들의 원유값 인상이 불가피 한 건 맞다. 유업체들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매번 소비자 부담만 늘릴 것인가. 이해와 양보를 통한 자구노력을 다짐하는 '상생 협약식'은 뭣하러 했는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자발적인 노력이 고작 이정도인가. 아니면 까막눈인척 하는 건가.

최종 소비자를 고려한 물가정책이 절실한 때다. /[email protected]

조규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