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라고 누가 말했나? 윤창중-청와대 진실게임

귀국하라고 누가 말했나? 윤창중-청와대 진실게임

기사승인 2013-05-11 12:36:01

[쿠키 정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訪美) 수행 도중 중도 귀국한 이유에 대해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윤 전 대변인 본인의 결정’이라는 청와대의 전날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진실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은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 사건’ 전반에 대해 해명하면서 자신이 이 수석으로부터 ‘귀국 종용’을 받은 사실이 있었음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의 해명에 따르면 그와 이 수석은 ‘성추행 의혹’ 사건이 있고 난 다음날인 지난 8일 경제인 조찬 행사 직후 오전 9시쯤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이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했다는 것이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이에 윤 전 대변인이 “내가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냐,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귀국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이 수석이 “한시 반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으니까 짐을 찾아서 떠나라”고 해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으로선 청와대 직제 상 직속상관인 이 수석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어서 억울하지만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한 귀국 배경과는 사실 관계에서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8일 상황에 대해 조찬 행사 직전 홍보수석실과 윤 전 대변인 간에 1차 통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통화에서 윤 전 대변인은 주미(駐美) 한국문화원에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와서 울고 있다고 말을 전해 듣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먼저 귀국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또 행사 직후 이어진 2차 통화에서 윤 전 대변인이 홍보수석실로부터 미국 경찰의 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받은 뒤 조기 귀국을 결정하고, 비행기표문의까지 해왔다는 것이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설명이다.

귀국 배경에 대해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의 설명이 엇갈림에 따라 진실 공방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사건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인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이럴 경우 청와대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더 큰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홍보수석은 “청와대 측은 윤 전 대변인에게 귀국을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근 기자 [email protected]
유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