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같아…” 공무원들에 밀리는 인수위

“B급 같아…” 공무원들에 밀리는 인수위

기사승인 2013-02-06 19:48:01
[쿠키 정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인수위와 부처 공무원 사이의 ‘기(氣)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설 연휴 이후 인수위가 박 당선인에게 최종 보고할 공약이행계획서에 자기 부처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려는 공무원들과 ‘공약 원안’을 고수하는 인수위원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핵심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처발(發) 공약 수정 움직임에 대해 “부처이기주의에 입각해서 (공약 이행을 꺼려)한다면 그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처이기주의는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특정 부처 장관을 겨냥해 “공약 개발 당시부터 딴죽을 걸었다. 임기도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끝까지 방해하는 ‘이상한 사람’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과 핵심 공약 이행에 해당 부처들이 이기주의에 입각,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이날 인수위에선 일부 부처에서 “인수위가 공약 원안을 수정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사실 무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일이 반복됐다.

먼저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지원에서 일부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이 제외됐다며 공약 수정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인수위는 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다. 처음부터 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또 기획재정부 측에서 “공약 소요 재원을 증액 없이 135조원으로 확정·보고했다”는 얘기가 나온 데 대해서도 즉각 부인했다. 인수위 경제1분과 관계자는 “135조 확정 여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기재정계획에 담기게 될 사항이지 인수위 보고 내용이 아니다”면서 “135조원으로 충분한지 검증을 주문했는데 기재부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인수위 업무에서 어떤 부처가 이익을 챙겼는지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수위에 파견된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에서 이번 인수위를 ‘B급’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면서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한 반면 부처 장악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박 당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부처간 칸막이’ 현상을 비판했지만 인수위가 공무원과의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겨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인수위는 전국 광역시·도지사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박 당선인의 지방공약 실현방안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지난달 31일 박 당선인이 전국 시도지사와 회동한 뒤 세부사항을 인수위에서 논의하라고 한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중앙·지방 정부 균형발전 원칙을 소개하면서 “인수위도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지방분권 강화 방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근 기자 [email protected]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