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조규봉] 국회의원 몽니에 할 말 못한 식약청

[기자의 눈/ 조규봉] 국회의원 몽니에 할 말 못한 식약청

기사승인 2012-10-25 17:30:01

[쿠키 건강]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당초 입장을 바꿔 결국 벤조피렌 검출 농심라면에 대해 회수로 결정을 내렸다. 24일 식약청 국감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민주통합당) 의원의 질타 때문이다.

식약청의 이중적 행동에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가 이래서야 되겠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당초 식약청은 라면 스프의 벤조피렌 검출 기준이 없고, 극미량 검출된 사안이라 국민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맹공에 겁먹은(?) 이희성 청장이 관련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국정감사인 만큼 이슈가 필요했던 이 의원의 정치적 활약이 그대로 적중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꾼 식약청 때문에 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사실 국민 먹거리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는데, 식약청과 농심이 은폐하려했다면 이 의원의 활약이 박수를 받아야하지만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은폐 의도는 없었다. 식약청은 “은폐하려고 했다면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물론 의원 입장에서야 극미량이 검출됐어도 나온 건 사실이기 때문에 식품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려는 부분은 인정한다. 다만 논란이 있을 법한 사안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폭로한 부분은 경종보다는 초선의원의 전형적인 국감용 보여주기 식 성격이 짙다. 더더욱 문제는 이를 충분히 해명해야할 식약청이 오히려 국회의원 눈치 보기에 급급해 있다는 점이다. 식약청은 국회의원의 질타가 있었어도 정당하게 해명하고 앞으로 대안을 마련해 식품사고를 최소화하겠다고 대처했어야 맞다. 그랬다면 국민들도 지금처럼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농심이 제품을 리콜해봐야 리콜할 제품은 거의 없다. 문제가 된 제품 대부분이 유통기한도 짧을뿐더러 유통돼 이미 소진 됐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의 보여주기 식 폭로가 아무런 결과를 낳지 못한 채 혼란만 부추긴 셈이다.

보여주기 식 국회의원 몽니에 할말 못한 식약청. 국민들은 과연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약자라 할말이 있어도 할말을 못하는 것을 몸소 실천한 식약청에 실망스럽다. [email protected]
조규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