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Style] ‘소녀’는 이제 그만! 쿨한 여자의 ‘르 스모킹 룩’, 어떻게 입을까

[Ki-Z Style] ‘소녀’는 이제 그만! 쿨한 여자의 ‘르 스모킹 룩’, 어떻게 입을까

기사승인 2011-09-17 10:59:01

[쿠키 문화] 1966년,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여자들의 옷에 ‘위대한’ 가위질을 했다. 이전까지는 단아하고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레이스와 프릴이 대표했던 세계대전 전후 여성복에 ‘남성성’을 적용한 것이다. 그때까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턱시도를 여성에 맞춰 새롭게 창조한 이브 생 로랑은 여성에게 남성성의 부여와 함께 파워를 불어넣은 혁명에 가까운 스타일인 ''''르 스모킹 룩‘을 창조해 냈다.

이런 ‘르 스모킹 룩’은 21세기에는 ‘젠더리즘’으로 이름을 바꾸며 여성의 섹시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칼같이 재단된 수트와 어깨가 벌어진 패턴은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여린 여성의 선을 통해 여성미를 발산하는 재미를 준다. 한층 섹시하면서도 쿨(Cool)해져 돌아온 ‘르 스모킹 룩’. 가을 베스트셀러 아이템에서 엿봤다.



★ 트렌치코트, 부드러워지다

원래는 턱시도와 함께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트렌치코트. 어느새 성숙한 여자의 대표적 아이템이 됐는데, 이 트렌치코트가 또 한번 변신했다. 이전에는 딱딱한 기본 디자인에 편중됐던 라인이 부드러워지고, 남성적인 라인이 부담스럽던 여성들도 입기 쉬운 디자인이 시장에 속속 등장했다. 1920년대 주류를 이룬 망토 디자인이 트렌치코트에 접목되는가 하면, 소매를 아예 떼고 간결해진 베스트(Vest·조끼) 디자인도 보인다. 혹은 두 가지가 합쳐진 ‘트랜스 포머’ 트렌치코트까지 등장했다.

언뜻 보면 남성적이지만 착용자인 여성의 둥근 선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들이다.
또한 편하게 걸친 트렌치코트는 ‘르 스모킹 룩’을 창조한 이브 생 로랑의 시그니처 룩이기도 하다.


★ 턱시도 수트, 재미를 부여받다

이브 생 로랑이 만들어낸 턱시도 수트는 단번에 수많은 패션 피플을 사로잡았다. 올 2011 f/w 런웨이 룩 또한 그랬다. 페라가모의 허리가 잘록한 패턴 수트며, 이브 생 로랑의 정신을 이어 받은 YSL의 올 화이트 턱시도 수트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런웨이를 장악했다.

올해 턱시도 수트는 한층 디테일하면서도 편안하고, 재미를 잃지 않는 디자인으로 여성 곁에 다가온다. 어깨를 살리면서도 얇은 칼라로 우아함을 살렸다. 의복의 가장자리 선은 언제나 단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는 편견 또한 깬 들쑥날쑥한 헴 라인(hem line·옷의 끝단)도 볼거리다. 항상 단정한 옷이 지겨웠던 사람들에게 우아하면서도 깔끔한 ‘젠더 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 중절모, 귀여움을 포용하다

지난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여배우의 화려한 드레스나 남자 배우들의 시원시원한 웃음보다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배우 구혜선의 귀여운 세미 턱시도 차림이었다. ‘감독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말한 배우 구혜선은 자신의 자리가 감독임을 입증하듯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나비 넥타이에 수트를 착용했다. 그러나 유독 사랑스러운 외모 외에도 그녀만이 숱한 배우들을 제쳐놓고 독보적으로 빛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가 쓴 중절모. 팬츠 수트를 입고 공식 행사에 등장하는 여배우는 의외로 많지만 중절모를 쓴 여배우는 없었다. 중절모야말로 그날 구혜선이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참석한 입지를 가장 잘 나타내 줬던 아이템이다.

사실 중절모는 캐주얼하게 소화하기 힘든 아이템이기도 하다. 주로 중년의 고위층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품위 유지를 위해 착용했던 중절모는, 그러나 ‘르 스모킹 룩’으로 다시 태어났다. 중절모 아래로 보이던 마돈나의 섹시한 눈빛은 이미 하나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올 가을에는 깔끔하고 날렵한 중절모 하나로 ‘쿨한 여자’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제공=셀렙샵(http://celebshop.co.kr)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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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