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문화] “작게 불러도 안 되고 크게 불러도 안돼요. 아직도 완성됐다고 생각 안 합니다.”
가수 인순이와 뮤지컬 배우 박해미, 홍지민이 부르기 어렵다며 손사래 친 노래 ‘메모리’는 뮤지컬 ‘캣츠’의 대표적인 넘버다.
극중 유흥가 출신의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며 눈부셨던 과거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그리움이 가득 담긴 노랫말이 돋보이는 곡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 그리자벨라의 희망과 열망이 묻어 있는 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멜로디와는 달리 연기자들은 가장 부르기 힘든 대표적인 노래로 꼽는 곡이기도 하다. 다음 달 17일부터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캣츠’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인순이와 박해미, 홍지민 등은 이 노래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뮤지컬 무대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이는 박해미는 31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메모리는 너무 어려운 곡이다. 작게 해도 안 되고 크게 해서도 안 된다”라며 “이 노래 때문에 연출자와 처음부터 많이 싸웠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통 몰라서 한참을 헤매고 힘들어했다”고 털어왔다.
이어 “결국 어느 날 마음을 내려 놓고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 잘한다는 칭찬을 듣게 됐다. 아직 완성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며 “이제야 메모리라는 노래가 가진 뜻을 확실히 알게 됐다. 누구나 마음을 열면 느낄 수 있다. 그것만 전달되면 공연은 성공한 것”고 덧붙였다.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뮤지컬배우 홍지민 또한 “한국어로 개사해 부르기 때문에 더 힘들었고, 처음에는 좌절하기도 했었다”라며 “매우 시적인 느낌을 가진 곡인데, 노래를 하면서 어떠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수 인순이 또한 “제가 부르는 메모리가 어떨까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평소처럼 웅장하고 애절하고 고음이 돋보이는 가창력은 보기 힘들 수도 있다. 가장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고, 부르기 힘든 곡이기도 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되 호소력이 있어야 하고 모든 인생사를 담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로라하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이들이 어려워하는 곡이지만, ‘메모리’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 1위로 선정될 만큼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인순이와 박해미, 홍지민이 보여줄 3인 3색의 ‘메모리’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캣츠’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대표적인 뮤지컬로,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무대, 환상적인 안무로 지난 30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다음 달 17일 개막해 오는 12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인순이와 박해미, 홍지민을 비롯 에녹과 정민, 이상준, 홍경수 등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