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스테이'논란 기독교-불교 '어색한 만남'… 앙금 푸나?

'처치스테이'논란 기독교-불교 '어색한 만남'… 앙금 푸나?

기사승인 2011-01-27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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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처치스테이'논란으로 껄끄러웠던 기독교와 불교 대표가 갈등완화를 위해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입장차는 보였지만 서로가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 개신교 교단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27일 오후 총무원장 집무실에서 백도웅 전(前)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회장, 총무원 사회부장 혜경스님, 사서실장 경우스님이 배석한 가운데 20분간 만났다.

길 목사는 지난해 연말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돼 불교계가 격앙된 상황에서 한기총 회장이 되면 처치스테이를 추진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놓아 템플스테이에 대항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길 목사는 개신교계 내에서도 특히 보수성향이 짙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길 목사의 총무원 방문은 불교-개신교 간 갈등완화를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자승스님과 길 목사는 이날 고(故) 이태석 신부를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에 감동받았다며 화기애애하게 면담을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입장차는 드러났다.

길 목사는 처치스테이 문제를 먼저 언급하면서 "내가 알기에 템플스테이는 불교의 신앙과 정신을 일반인에게 포교하려는 것이고, 처치스테이는 기독교의 신앙과 정신을 알기 쉽게 전하려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또 "처치스테이가 이름이 비슷해 오해를 사지만 템플스테이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름이 합당치 않다면 재고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배석한 백도웅 목사는 길 목사에게 "템플스테이는 원래 외국인을 위한 관광사업이었고, 신앙적인 것이 목적은 아니다"고 황급히 설명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했다.

자승스님도 "템플스테이는 불교 포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ㆍ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체험스테이"라며 "처치스테이든 뭐든 다른 종교의 신앙행위에 시비한 적 없다. 개신교계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선교를 하든 불교계는 단 한 번도 비방행위를 한 적 없다"이라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또 "남의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이든 청국장을 끓이든 상관 않듯 말이다"고 덧붙였다.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긴 했지만 이날 면담은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

자승스님은 "큰 교회를 이끄신 경험을 바탕으로 큰 역할 하시기를 바란다. 7대 종교지도자 모임도 잘 될 것 같다"고 덕담했고, 길 목사는 "오늘 이야기를 잘 알아들었다. 가장 큰 허물은 언어의 허물로, 말로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이웃 종교 간에 끌어안고 잘 지내자. 오늘 총무원장 스님을 뵙고 보니 너무 잘생기셨다"고 화답했다.

길 목사는 '개신교 대법관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황우여 의원에 대해서도 "황 의원과 통화했더니 '작은 모임에서 한 이야기가 본의 아니게 전달돼 물의를 빚었다'며 자승스님을 만나면 자신의 충심을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길 목사는 자승스님에게 선물로 다기세트를 건네면서 "부담없이 차라도 나누자는 의미"라고 설명했고, 자승스님은 답례로 차(茶)와 다포(茶布)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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