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 액션·스릴러물… 잔혹하게 더 잔혹하게 인간 존엄성·가치 훼손

요즘 극장가 액션·스릴러물… 잔혹하게 더 잔혹하게 인간 존엄성·가치 훼손

기사승인 2010-08-11 01:40:00
최근 개봉됐거나 상영할 예정인 충무로 스릴러 영화들의 잔혹성이 도를 더해가고 있다. 할리우드발 스릴러 영화의 영향과 국산 영화들끼리의 선정성 경쟁 탓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논란이 된 작품은 ‘아저씨’. 어린이들을 감금·살해한 뒤 안구를 적출해 팔거나, 옷이 벗겨진 채 난자당해 죽은 여성의 시신 모습이 버젓이 스크린에 나왔다. 지나치게 잔인한 액션신을 비추거나 신체 일부가 굴러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고독한 남자와 옆집 소녀의 소통을 다룬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더라도 유혈과 폭력이 필요 이상으로 난무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피로 범벅된 액션 장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종교단체의 집단 살인 장면 등 영화 자체의 짙은 폭력성 때문에 결국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12일 개봉하는 ‘악마를 보았다’(사진)는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로부터 사실상 관람불가 판정인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두 번째 재심의를 요청한 끝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시신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인육을 먹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제작사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원했지만 영등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한다’는 이유로 제한 상영가 등급을 매겼다. 국내엔 제한상영 등급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기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 확정은 제작사로선 치명적이다.

이 같은 영화들에 비하면 80만 관객을 돌파한 학원 스릴러물 ‘고사 2-교생실습’에서 남자 고등학생이 오토바이에 여러 차례 짓이겨지는 장면이나 할리우드영화 ‘디센트:Part2’의 신체 일부 절단 장면 등은 외려 ‘약하게’ 여겨질 정도다.

영화의 폭력성이 점점 높아지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 액션·스릴러물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관객 시선을 끌기 위한 선정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들의 폭력성 수위도 높아졌다”며 “서로 경쟁하는 탓도 있다. 예전보다 (폭력성 논란에) 둔감해진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