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종사들 조종석에서 낮잠을…

미 조종사들 조종석에서 낮잠을…

기사승인 2009-10-12 15:33:01
[쿠키 지구촌] “노루잠이라도 자게 해주세요.”

미국 항공사들과 조종사 노조가 조종사들에게 운항 중 수면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서를 미 정부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로 꾸벅꾸벅 졸다가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하느니 잠시 조종석에서라도 잠을 잘 수 있게 항공운항 규칙을 바꿔 달라는 것이다.

사실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몰래 잠을 청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를 합법화해 달라는 취지다. 요청서 작성을 조언한 워싱턴주립대학의 그레고리 벨런키 교수는 “낮잠이 피로를 경감시키는 데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항공의학협회측도 “40∼45분가량의 수면은 조종사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는 의견을 냈다.


1990년 이래 조종사의 피로로 인한 사고가 10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하와이의 한 항공사 조종사들이 관제탑과 교신이 18분이나 끊어지는 비상사태가 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측도 연방항공청(FAA)에 조종사의 피로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토록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의 요구가 관철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90년대 중반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정치권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이유로 미 교통부가 최종단계에서 이 조항을 삭제한 전례가 있다.

아직도 조종사의 수면에 대해 우려를 삭이지 못하는 항공소비자 단체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들은 조종사를 재우려면 대체 조종사를 반드시 근무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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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