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정치]
경북 경주 재선거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친이·친박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당 안팎에서는 양측 갈등이 확전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일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경주 재선거 후보 사퇴 종용 논란과 관련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보내 정수성 후보를 만난 건 사실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저도 (언론을) 보고 알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수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이번 발언이 무소속 후보 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옳은 정치라고 생각하느냐"며 원칙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친박 성향의 무소속 정 후보는 31일 경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통해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부터 절대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고 원리·원칙대로 처리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정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발언은 이상득 의원 개인은 물론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기존 정치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논란의 당사자인 이상득·이명규 의원은 정 후보 사퇴 압력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상득 의원은 "(정 후보로부터) 일주일 전쯤 연락이 와 이명규 의원에게 만나서 무슨 얘기 하는지 들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명규 의원도 "정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위해서 출마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당사자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경주 재선거 판도는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친박계 관계자는 "결국 국민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원칙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 후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친박이어서 아직도 소외되고 공천도 못받고 있다는 여론이 친박 사이에 형성돼 있다"면서 "이번 재·보궐 공천에 이어 내년 지자체 선거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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