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문화] 원로 유랑광대 강준섭(76)씨가 서울에서 신명나게 판을 벌인다.
강씨는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치동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KOUS)에서 선보이는 ‘유랑광대전’에 출연한다. 그가 보여 줄 광대놀음은 ‘놀보막’ ‘경문유희’ ‘뺑파막’ 등이다. 놀보막은 놀보가 원작에 없는 효순이라는 아들에게 글을 가르치는데 아는 게 없어 심술만 가르친다는 내용이고 경문유희는 소경이 경문을 읽는 장면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뺑파막은 심청전의 한 대목으로 맹인잔치 가는 길에 뺑덕어미가 다른 봉사와 눈이 맞아 함께 떠나는 대목이다. 강씨와 아내 김애선씨는 수십 년간 뺑파막에서 호흡을 맞췄다.
최근 코우스에서 만난 그는 뺑파막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심봉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사람들 하는 거하고 내 거는 차원이 달라. 억지로 흉내 내는 거랑 수십 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거랑 같을 수 있나.”
그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는 듯 즉석에서 심봉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얼굴 근육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운지 “공연에 와서 봐야 해. 내가 무대에 올라가면 펄펄 살아나”라고 말했다.
열네 살 때부터 무대에 오른 강씨는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며 창극과 소리를 했다. 이후 활동 반경을 넓혀 코미디, 현대극 등 주어진 무대는 가리지 않았다. 김승호, 허장강, 황해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의 막간에 서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진도다시래기’(상가에서 춤과 재담으로 상주를 위로하는 놀이) 복원에 참여해 국립극장 무대에도 섰다. ‘진도다시래기’는 85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됐고 강씨는 다시래기 예능보유자가 됐다.
이제 칠순이 넘은 나이. 그러나 그는 무대에서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다. “요즘은 한 달에 다섯 번 정도 하나…. 아, 부르면 가야지. 근데 워낙 할 게 많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해달라는 거 해줘야지. 집에 가만히 있으면 걱정이 많아져. 무대 내려오면 죽는 거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는 코우스는 최근 보수를 해 250석 규모의 전통예술 소극장으로 새로 탄생했다. ‘유랑광대전’은 재개관 기념작.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관람료는 5000원으로 정했다(02-567-4055).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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