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아니면 공부할 능력 없는 대학생… ‘세살버릇 여든까지’

사교육 아니면 공부할 능력 없는 대학생… ‘세살버릇 여든까지’

기사승인 2009-03-07 00:05:01

[쿠키 사회] 사법시험를 준비중인 이모(25·서울 대치동)씨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대학 휴학 중인 지금까지 학원을 다니지 않거나 과외를 안 받았던 적이 없다. 국어, 수학 등 주요 교과부터 서예, 수영, 스케이트까지 다닌 학원만 수십개다. 이씨는 지금도 사법시험 과목별 강의를 듣고 있다. 이씨는 “혼자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학원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편하다”며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다녀서인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선아(24·여)씨는 정기적으로 학습지를 받은 것을 제외하면 고교 3년 동안 한번도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수학 학원을 다닌 게 전부다. 지씨는 “인터넷 강의는 듣고 있지만 학원에 다니면 다른 사람의 스케줄에 끌려 다녀 불편하다”고 했다. 학창시절 습관이 성인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학이 밀집한 서울 신촌지역에서 외국어, 컴퓨터, 각종 아카데미 등 대학생 대상 학원은 200여개에 달한다. 대학생도 학점과 취업을 위해 학원 한두개쯤 다니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다. 실제로 고3 때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대학에서도 사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서울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정지선, 김훈호씨가 대학생 688명을 분석한 논문 ‘대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고3 때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340명 중 52.6%인 179명이 대학에 입학해서도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반면 고3 때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348명 중에는 38.5%만이 사교육을 받았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대학 학점을 백분위로 환산했을 때 점수는 78.37점, 받지 않은 학생의 점수는 76.67점이었다.

조사에 응한 학생 중 45.5%인 313명은 대학 입학 이후 사교육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일반대학 재학 중인 학생(55.3%)이 전문대학 학생(32.1%)보다 사교육 경험이 높았다. 인문사회계열 대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50.5%, 이공계열은 43.7%였다.

김씨는 “대학 재학 중에 사교육을 받은 학생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32만7000원 정도 높다”며 “대학생의 사교육 현황을 파악하려면 학교 및 학과 분위기와 가계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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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