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해적의 습격’…잡히면 ‘끝’

반복되는 ‘해적의 습격’…잡히면 ‘끝’

기사승인 2009-02-23 23:14:01

[쿠키 경제] 초고속정을 타고 접근한 해적이 갑판에 갈고리를 던진다. 속도가 줄어든 선박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도검을 든 해적들이 뛰어든다. 이어지는 폭행과 감금. 영화 같지만 수출입 선박 선원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실제 상황이다.

해적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해적에 의한 피습은 293건. 2003년 445건에서 2006년 239건까지 줄었다가 2007년 263건에 이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피랍 선박에 대한 석방 합의금은 약 4300만달러(한화 약 649억원)가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지난해 11월 소말리아 아덴항 동쪽 해상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다 90일만에 풀려난 한국 선원 5명이 23일 귀국했다.

◇지능화되는 무장 해적=지난해 12월 2일 오후 10시5분. 대만에서 사우디로 향하던 유조선 STX 에이스2호 주변에 초고속정 2척이 달려들었다. 해적이었다. 이들은 30여발의 총격을 가하며 불과 600m 거리까지 접근, 정박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적의 접근을 알아차린 선박은 방향을 왼쪽으로 완전히 꺾은 뒤 전속력으로 도주했다. 함께 동승한 영국인 보안요원은 미국 5함대에 즉각 지원을 요청했다. 오후 10시30분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에 보고됐고 미군 헬기가 야간임에도 지원을 위해 이륙했다. 오후 10시33분 마침내 해적선이 공격을 멈추고 퇴각했다.

지난해 4월 28일 오후 12시 40분. 해적들이 아덴만을 지나던 알렉산더 칼호를 향해 로켓포 2발을 발사했다. 이어 6m정도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선체에 걸쳤다. 일촉즉발의 순간, 선장은 배를 지그재그로 운항해 ‘와류’를 일으키는 ‘회피조선’을 실시하고 전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해적들은 총을 쏘며 배 뒤쪽에 사다리 설치를 재시도했지만 실패였다. 외부 출입문을 잠그고 기관실에 대피해있던 선원들이 제 위치로 돌아간 것은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였다.

해적들의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국적 ‘르 포닝’호 피랍 과정에는 정보선이 등장했다. 연합군의 감시를 피해 인근 선박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브룸 오션’과 ‘아테나’라는 이름의 선박을 어선으로 위장해 띄워놓은 것. 컨테이너선 등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선박을 나포하기 위해 연안경비대나 해군, 도선사 등으로 위장하거나 항로상에 어망을 쳐둔 뒤 어망이 손상다며 접근해 나포하려던 사례도 있었다.

◇‘잡히면 끝’ 필사의 탈주=국내 선박들이 해적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회피 조선을 실시하거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해적이 접근하면 소화호스를 이용해 물대포를 쏘거나 장대로 사다리를 밀어낸다. 고주파 음파기나 투척용 드럼통을 싣고 다니는 선박도 있다. 총으로 맞대응할 경우 오히려 무기들이 해적의 목표가 돼 사실상 어렵다.


일부 선박들은 영국과 프랑스 등의 사설 보안업체 요원을 태우고 가다 해적을 만나면 이들 국가 군함에 구조를 요청한다. 사실상 볼모인 셈. 단순 볼모 비용으로 1회당 1억∼2억원(보안요원 4명 기준)을 지불한다. 한때 선원들로 ‘돌격대’를 구성, 육탄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해적에 붙잡히거나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아 퇴출됐다.

정부는 결국 4500t급 구축함인 문무대왕함을 다음달 중순 아덴만 지역으로 파견키로 결정했다. 문무대왕함은 4월부터 연합함대 소속으로 활동하며 선박 호송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적들 중에는 자국 정부로부터 지위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어 외교적 마찰 때문에 무력대응은 힘들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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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