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잉여인간’의 작가 손창섭에 대한 탐사는 2005년 시작되었다. 당시 본보 연재 ‘문학 오디세이’에 ‘손창섭 편’을 실으면서 “이 사람을 아는 분 누구 없습니까”라고 공개 수소문했지만 어떤 제보도 없었다.
미국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토머스 핀천 그리고 독일의 파트리크 쥐스킨트와 일본의 마루야마 겐지가 세계적 은둔 작가라면 한국에는 손창섭이 있었다. 그는 전후세대 최고의 작가란 명망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왜 홀연 자취를 감췄을까.
손창섭의 도일(渡日)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다. 한 지인은 그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그가 소설 창작에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오로지 원고료 수입에 의지해 생활했는데, 원고료가 넉넉지 않아 언제나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당시 원고료가 일본 강점기보다 더 낮은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다른 지인은 손창섭이 도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5·16 이후 군사정권 아래에서의 타락하고 부패한 현실에 대한 환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혹자는 “손창섭과 연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는 부탁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 그는 두번 다시 한국에서 회자되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일본 내 주소를 확인한 건 1월 말이었다. 한 지인의 연락처 메모가 단초였다. 2월 중순 도쿄로 날아가 주소지 히가시구루메시에 도착했지만 첫날은 아파트 우편함에 붙은 이름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튿날 초인종을 눌렀을 때는 모든 게 너무 늦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손 선생은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는 부인 우에노 여사의 말에 오히려 ‘안심’이 되었던 건 30여년 은둔의 무게감을 의식한 일종의 아이러니였다.
보도가 나가자 격려가 잇따랐다. “손창섭을 찾아낸 것은 한국 문학사 공백을 메우는 중대한 일”(소설가 한수산) 등과 함께 “손창섭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문학사적 사건인 동시에 문학 현장을 떠난 작가들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한국 문단의 쏠림 현상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손창섭 문학을 시급하게 재평가해야 할 때”(문학평론가 유종호)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손창섭 살아있다’가 전해진 지난 19일 밤 손창섭은 네이버 작가 검색 순위에서 388위나 껑충 뛰어올라 14위, 20일엔 6위까지 상승할 만큼 검색 건수는 폭주했다. 그러나 정작 손창섭은 여전히 침묵속에 있다. 슬프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숨이 목에 걸려 지금도 나오지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mail protected]
미국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토머스 핀천 그리고 독일의 파트리크 쥐스킨트와 일본의 마루야마 겐지가 세계적 은둔 작가라면 한국에는 손창섭이 있었다. 그는 전후세대 최고의 작가란 명망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왜 홀연 자취를 감췄을까.
손창섭의 도일(渡日)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다. 한 지인은 그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그가 소설 창작에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오로지 원고료 수입에 의지해 생활했는데, 원고료가 넉넉지 않아 언제나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당시 원고료가 일본 강점기보다 더 낮은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다른 지인은 손창섭이 도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5·16 이후 군사정권 아래에서의 타락하고 부패한 현실에 대한 환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혹자는 “손창섭과 연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는 부탁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다. 그는 두번 다시 한국에서 회자되는 것을 절대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일본 내 주소를 확인한 건 1월 말이었다. 한 지인의 연락처 메모가 단초였다. 2월 중순 도쿄로 날아가 주소지 히가시구루메시에 도착했지만 첫날은 아파트 우편함에 붙은 이름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튿날 초인종을 눌렀을 때는 모든 게 너무 늦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손 선생은 병원에서 투병 중”이라는 부인 우에노 여사의 말에 오히려 ‘안심’이 되었던 건 30여년 은둔의 무게감을 의식한 일종의 아이러니였다.
보도가 나가자 격려가 잇따랐다. “손창섭을 찾아낸 것은 한국 문학사 공백을 메우는 중대한 일”(소설가 한수산) 등과 함께 “손창섭의 생존 사실을 확인한 것은 문학사적 사건인 동시에 문학 현장을 떠난 작가들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한국 문단의 쏠림 현상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손창섭 문학을 시급하게 재평가해야 할 때”(문학평론가 유종호)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손창섭 살아있다’가 전해진 지난 19일 밤 손창섭은 네이버 작가 검색 순위에서 388위나 껑충 뛰어올라 14위, 20일엔 6위까지 상승할 만큼 검색 건수는 폭주했다. 그러나 정작 손창섭은 여전히 침묵속에 있다. 슬프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숨이 목에 걸려 지금도 나오지 않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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