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발묶는 ‘새벽배송 불가’ 규제…“이커머스와 역차별”

대형마트 발묶는 ‘새벽배송 불가’ 규제…“이커머스와 역차별”

유통산업발전법, 대형마트 영업시간 자정~오전 10시 제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서 이커머스에 점유율 밀려 ‘역차별’
“가까운 마트서 빠른 배송 원하는 소비자 수요 여전해”

기사승인 2025-08-12 06:00:1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부 모습. 이다빈 기자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되며 신선식품 새벽배송이 유통 채널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대형마트는 여전히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로 점포 기반 새벽배송을 할 수 없다. 이커머스 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규제가 공정 경쟁에 어긋나고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온라인 쇼핑과 이커머스 새벽배송이 보편화됐지만, 대형마트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묶여 새벽배송을 할 수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생활 속 불합리한 규제 24건을 정부에 건의했으며, 대형마트 새벽배송 제한 완화가 여기에 포함됐다.

대형마트들은 퀵커머스 업체와 손잡거나 자체 이커머스 채널을 강화하는 등 배송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점포 반경 2㎞ 내 1시간 이내 배송을 시범 운영 중이고, 롯데마트는 신선식품 특화 앱 ‘롯데마트 제타’를 출시해 2시간 단위 배송을 제공 중이다. 홈플러스는 소비자가 배송받을 점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퀵커머스 채널 ‘매직나우’ 앱을 개편했다.

대형마트가 배송 서비스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온라인 식품 주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신선식품 배송이 유통업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10개사의 식품 매출 비중은 32.8%로 전체 상품군 중 가장 높았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 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이 식품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에서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자정~오전 10시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생활권에 위치해 있어 점포 재고를 활용하면 이커머스 전용 물류센터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한 식품 배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로 오전 10시 이전에는 배송을 포함한 모든 영업활동이 금지돼, 전국 매장을 거점으로 둔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대형마트의 자체 이커머스 채널을 통한 새벽배송은 있지만, 물류센터를 활용하는 이커머스 배송과 달리 매장 기반 배송이 가능해지면 생활권 내 매장에서 바로 출고되는 만큼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트 기반 새벽배송의 실제 도입 관련해서는 사업성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의무휴업일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을 보면, 오프라인 채널은 0.1% 감소한 반면, 온라인은 15.8% 증가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매출은 1.1%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상품군별로는 온라인 식품 매출이 19.6% 증가했지만 오프라인은 0.6% 증가에 그쳤다. 온라인 장보기 확산 속에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시간을 8시간(0~8시)에서 1시간(2~3시)으로 줄여 심야영업을 사실상 허용했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이 서초구로 제한돼 전국적 영향력은 미미했고, 새벽배송 확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와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전국 단위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이미 주요 이커머스의 점유율이 높지만 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도 점포 기반 새벽배송에 뛰어들면 소비자 선택권과 편익이 확대될 수 있다”며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규제도 유연하게 바뀌어야 산업 전반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