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한다고 친구?… 클릭 한 방이면 “너, 절교”

SNS 한다고 친구?… 클릭 한 방이면 “너, 절교”

기사승인 2012-11-27 22:48:00
[쿠키 IT] 대학생 김모(20·여)씨는 며칠 전 같은 과 동기 안모(20·여)씨가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 목록에서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다른 친구를 통해 안씨의 페이스북에 접속했더니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알림이 떴다. 친구관계가 끊어진 것이다. 안씨는 이어 김씨의 카카오톡 메신저(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도 사라졌다. 그 이후 안씨로부터 연락도 완전히 끊겼다. 김씨는 “특별한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으로 차단당했다”며 “굉장히 자존심 상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서모(17)양은 친구 두 명을 카카오톡 친구목록에서 삭제했다. 자신이 아직 시청하지 않은 드라마 ‘착한남자’의 결말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서양은 “그 친구들이 (친구차단)사실을 안 뒤, 지금은 서로 아는 체도 안 한다”고 말했다.

젊은층 사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친구사귀기와 절교가 손쉽게 이뤄지면서 오프라인의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청소년 4876명(고등학생 2574명, 대학생 23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매일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고, 33%는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또 이들 가운데 20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 85%가 ‘SNS에서 친구를 차단하거나 친구신청을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귀찮게 해서(15%)’, ‘성격이 달라서(15%)’, ‘갈등이 생겨서(10%)’ 등이었다. 한 면접 참가자는 “얼굴을 마주한 상태나 전화로는 관계를 끊기 어렵지만 SNS에서는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간단하게 친구관계를 차단할 수 있다”며 “상대방도 차단 사실을 알아채면 알아서 연락을 끊는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친구 사귀기도 간단하다. 면접 참가자의 35%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SNS 친구신청이나 친구 추가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유는 ‘프로필 사진이 예쁘고 잘생겨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심층면접에 참가한 한 고등학생(17·여)은 “카카오톡 친구추천 목록에 잘생긴 남자가 떠서 친구로 추가한 적이 있다”며 “어차피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알아가고, 나랑 안 맞으면 바로 차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카카오톡 친구추천 목록에서 전 여자친구 이름이 있어 친구로 추가했는데, 며칠 뒤 보이스피싱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SNS를 통한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치중하다 보니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사야 기자 [email protected]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