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
치매 앓는 아내를 2년 동안 헌신적으로 돌보던 칠순의 남편이 병수발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 이모(78)씨는 2년 전부터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인 아내 조모(74)씨를 돌봤다. 이씨는 아내와 24시간 함께 지내며 산책을 시키고 손수 밥도 먹였다. 종교는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매일같이 새벽 기도도 다녔다. 그러나 아내의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이씨는 지쳐갔다.
둘째 아들 내외가 외출한 지난 19일 저녁. 조씨는 이씨에게 다짜고짜 ‘바람을 피운 것을 알고 있다’며 폭언을 시작했다. 이씨는 아내를 피해 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조씨는 멈추지 않고 ‘너는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는 등 막말을 하며 베개, 옷걸이, TV 리모콘 등으로 이씨를 마구 때렸다. 이씨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조씨의 목을 졸랐다. 차라리 같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숨지자 이씨는 외출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아들이 황급히 집에 돌아왔을 때 조씨는 숨져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이씨는 8층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아들의 제지를 당한 이씨는 곧바로 아들을 시켜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50년 넘게 같이 산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여 힘들었다”며 “‘자식들에게 짐이 되느니 같이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씨는 아내를 돌보는 것에 지쳐 여러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을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부인의 치매 증세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사야 기자 [email protected]
치매 앓는 아내를 2년 동안 헌신적으로 돌보던 칠순의 남편이 병수발의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했다. 이모(78)씨는 2년 전부터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인 아내 조모(74)씨를 돌봤다. 이씨는 아내와 24시간 함께 지내며 산책을 시키고 손수 밥도 먹였다. 종교는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매일같이 새벽 기도도 다녔다. 그러나 아내의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시도 때도 없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이씨는 지쳐갔다.
둘째 아들 내외가 외출한 지난 19일 저녁. 조씨는 이씨에게 다짜고짜 ‘바람을 피운 것을 알고 있다’며 폭언을 시작했다. 이씨는 아내를 피해 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조씨는 멈추지 않고 ‘너는 부모 없이 막 자란 놈’이라는 등 막말을 하며 베개, 옷걸이, TV 리모콘 등으로 이씨를 마구 때렸다. 이씨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조씨의 목을 졸랐다. 차라리 같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숨지자 이씨는 외출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고 말했다. 아들이 황급히 집에 돌아왔을 때 조씨는 숨져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이씨는 8층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아들의 제지를 당한 이씨는 곧바로 아들을 시켜 경찰에 신고하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50년 넘게 같이 산 사람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보여 힘들었다”며 “‘자식들에게 짐이 되느니 같이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있기 전에도 이씨는 아내를 돌보는 것에 지쳐 여러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씨가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을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부인의 치매 증세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사야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