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슈퍼박테리아 노출
최근 1년7개월간 슈퍼박테리아 4만4867건 발생… 김현숙의원, “복지부 게을러서”
[쿠키 건강] #직장인 김승현(37·남)씨는 최근 환절기에 감기로 대학병원을 찾았다. 동네병원을 가려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독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변인들의 말 때문이었다. 김씨도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는 게 동네병원 보다 오히려 낫다 싶어 별 생각 없이 예약을 했다. 동네병원에 비해 비싸고 집에서 멀지만 의료의 질적 측면에서 조금더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는 게 김씨가 대학병원을 고집한 이유다.
김씨처럼 감기만 걸려도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의 외래환자의 진료비 점유율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은 지난 2002년 점유율 5.82%(8282억5400만원)에서 2009년에는 8.49%(2조2884억900만원)으로 증가, 7년 만에 2.7배 늘어나는 등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믿고 신뢰할 수 있어 더 찾게 된다던 대학병원들, 알고 보니…
하지만 믿고 신뢰할 수 있어 더 찾게 된다던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다제내성균이 수만 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제내성균은 항생제의 잦은 사용에 저항할 수 있어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아 일명 슈퍼박테리아로 불린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슈퍼박테리아의 감염경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현숙(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100대 상급·종합병원 슈퍼박테리아 발생현황(2011년~2012년 7월)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100대 병원에서 1년7개월간 슈퍼박테리아 4만4867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다제내성균 슈퍼박테리아로 6명 사망, 일본은 2002년 병원성 대장균으로 9명이 숨졌다.
◇슈퍼박테리아 발생예방에 소극적인 복지부… 감염경로조차 파악못해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의 관리는 형편없다. 복지부가 슈퍼박테리아 발생예방을 위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개별병원의 슈퍼박테리아 발생현황을 보고받을 수 있었지만 복지부는 슈퍼박테리아 발생 및 치료에 대한 관리를 개별 병원에 맡겼다. 슈퍼박테리아 발생건별 정확한 감염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부실한 관리를 했다. 또한 슈퍼박테리아 신고를 거짓으로 하거나 게을리 할 경우 처벌할 수 있었지만, 단 한번도 처벌한 경우가 없었다. 게다가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슈퍼박테리아 발생 및 관련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복지부는 슈퍼박테리아가 신고된 병원의 발병환자수, 치료·완치여부 등 관련현황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숙 의원은 “의료감염의 위험성을 조기에 인식한 해외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준비가 너무 늦은감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의료감염 관리에 대한 선진사례를 분석해 관련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동안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이 6인 병실을 기본으로 해 병상을 확보하는 양적 확대에 집중, 감염관리에 부실한 측면이 있었다”며 “질적 관리수준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병동인 1~2인 병실을 중심으로 병상확보 정책을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