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참 나쁜 은행…수수료가 당기순이익의 절반 넘어

[단독]참 나쁜 은행…수수료가 당기순이익의 절반 넘어

기사승인 2009-05-04 20:05:00


[쿠키 정치]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수수료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및 금융수수료 현황'에 따르면 2008년 18개 국내은행이 올린 금융수수료 이익은 당기순이익의 5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수수료는 홈뱅킹이나 카드발급, 수출환어음 매입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할 때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 지불하는 서비스 비용이다.

은행 당기순이익중 금융수수료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28.5%에서 2007년 31.2%로 늘었고, 2008년에는 50%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금융수수료이익 비율이 2006년 39.5%, 2007년 38.0%였지만, 2008년에는 233.8%로 당기순이익의 2배를 초과했다. 수출입은행, 수협중앙회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 대비 금융수수료이익 비율이 각각 194.0%, 159.2%나 됐다. 금융수수료 이익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은행별 당기순이익 대비 금융수수료 비율은 서울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52.7%, 지방은행은 35.6%, 특수은행이 72.9%였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수수료이익을 제외한 이자이익 등이 급감해 각 은행의 수수료이익 비율이 급증한 것"이라며 "은행이 다른 사업에서 얻은 손실을 소비자의 수수료에 의지해 메우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수수료이익 규모 자체는 감소했다. 지난해 7759억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인 신한은행은 2007년에 비해 수수료이익이 1061억원이나 줄었다. 2007년 9780억원이던 국민은행도 2008년에는 7593억원에 그쳤다. 경기 침체로 방카슈랑스나 펀드판매 수수료가 줄면서 전체 수수료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은 지난해 1조1295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둬 2007년의 1조384억원보다 8.8% 수입이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수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하락의 영향이 적고 지난해 지급보증 수수료 등이 증가해 전체 수수료이익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더구나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대외채무에 대한 은행들의 지급보증수수료율을 보증잔액의 1%에서 0.7%로 낮추는 혜택을 줬지만, 일부 은행은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수수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시중은행들이 어려운 경제상황 하에 구조조정 등에 힘쓰기 보다는 수수료를 이용한 손쉬운 장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금융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수수료 부과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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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