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 건설로 핵개발 위협 나서나

北, 경수로 건설로 핵개발 위협 나서나

기사승인 2009-04-15 17:58:02
[쿠키 정치] 북한이 경수로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상 우라늄 농축 방식을 통한 핵개발 위협으로 북·미간 협상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흑연감속로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 방식으로 핵개발을 진행해왔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경수로를 만들어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 경수로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도 할 수 있다는 협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수로 건설에는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수십억 달러의 거액이 소요된다고 추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상 원전 1기 건설에 25억달러 정도가 투입된다.

기술적으로도 북한이 독자 기술로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으로부터 원전 기술을 도입했고, 북한도 구소련에서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지만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만 경수로의 연료가 저농축우라늄인 만큼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경수로를 짓겠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 기술을 축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농축우라늄은 우라늄-235(U-235)가 2∼3% 들어있는 상태이고, 고농축우라늄은 U-235가 90% 이상인 상태로 무기급 우라늄은 고농축우라늄을 의미한다. 북한이 다량 보유하고 있는 천연우라늄 덩어리를 기체로 만들어 원심분리기로 돌리면 얼마든지 농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저농축 상태가 된 우라늄은 다시 연료봉을 부숴 고농축우라늄을 만들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90년대 후반 파키스탄과 우라늄 농축의 주요 장비인 원심분리기를 도입한 징후가 여러차례 포착됐다. 2002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HEU 의혹을 제기한 것도 원심분리기의 원료가 되는 알루미늄관 도입 단서 때문이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북한은 1980년대 말 플루토늄 방식으로 핵개발을 할 때도 일본이 활용한 고속증식로(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연료봉으로 씀)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플루토늄을 만들었다”면서 “저농축을 하겠다고 하고 소규모로 원심분리기를 몇 백개씩 돌리면 공개적으로 기술 축적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미 우라늄 농축 방식을 통해 핵개발 성공 단계에 진입한 이란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습득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북한은 70∼80년대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우라늄 농축 설비와 기술력이 부족해 원자로를 이용한 플루토늄 방식을 통한 핵개발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email protected]
안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