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세계 최대 남반구 전천 탐사 ‘차세대 시공간 탐사관측(LSST, 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을 수행할 ‘베라 C. 루빈천문대’의 첫 영상과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관측자료는 모두 4개다.
첫 사진에는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 두 개의 나선은하와 병합 중인 세 개의 은하가 있고, 배경에 처녀자리 은하단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 그룹도 여러 개 관측됐다.
LSST로 관측한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 오른쪽 아래의 두 개의 나선은하가 선명하게 보이고 오른쪽 위에는 병합 중인 세 개의 은하가 한 영상에 보인다. 배경에 처녀자리 은하단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 그룹도 여러 개 보이며, 우리은하의 별들도 보인다. 한국천문연구원 두 번째 영상에는 루빈천문대가 10시간 관측한 자료에서 2104개의 새로운 태양계 소행성을 발견했다. 이 중 7개는 위험하지 않은 지구근접 천체로 확인됐다.
소행성은 지상과 우주의 모든 관측시설을 통해 매년 약 2만 개를 발견하고 있다. 루빈천문대는 LSST 탐사 관측 시작 후 2년 안에 수백만 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영상은 변광성이다.
루빈천문대의 가장 뛰어난 특성인 대형망원경을 이용한 반복 관측으로 모든 천체의 밝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이 영상은 시험관측에서 발견한 46개의 맥동 변광성(RR Lyrae) 중 3개의 밝기 변화를 예시로 보여준다.
루빈천문대는 변광성뿐 아니라 초신성, 활동성 은하핵, 소행성 등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모든 천체의 위치와 특성을 실시간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 석호성운(Lagoon Nebula)과 삼엽성운(Trifid Nebula)을 찍은 사진도 나왔다.
이 사진은 루빈천문대가 찍은 사진 678장을 합친 것으로,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성운의 기체와 먼지구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석호성운(Lagoon Nebula)과 삼엽성운(Trifid Nebula). 루빈천문대가 찍은 678장의 이미지를 합쳐서 제작됐으며,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성운의 기체와 먼지구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이번 연구의 우리나라 책임자인 천문연 신윤경 책임연구원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적 순간포착이 아닌 10년에 걸쳐 우주에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해 우주를 타임랩스로 볼 수 있다”며 “인류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우주를 실시간 확인하고, 기원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주 타입랩스’ 장기관측 프로젝트
LSST는 칠레 중부 해발 2647m에 위치한 쎄로 파촌에 있는 구경 8.4m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Simonyi Survey Telescope)’을 이용해 남반구 전체 밤하늘을 관측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30여 국가에서 현물기여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모니 망원경은 2015년부터 건설을 시작, 지난 3월 LSST 카메라까지 설치를 완료하고 이번에 첫 관측결과를 내놨다.
LSST 카메라는 3.2기가 픽셀로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이는 보름달 45개가 들어갈 영역을 한 번에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LSST 카메라. 한국천문연구원 이를 통해 현재까지 인류가 확보한 확보한 모든 광학 관측자료 총량보다 더 많은 우주정보를 수집하고, 혁신기술이 적용된 망원경으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비롯한 우주의 비밀을 탐구할 예정이다.
LSST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남반구 하늘 전체를 6개의 광학 필터로 3~4일마다 한 번씩 스캔하는 방식으로 10년 동안 관측할 계획이다.
관측한 대용량 자료는 실시간 처리,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밝기와 위치 변화 등 우주의 변화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망원경이 하루 관측으로 생성하는 데이터는 20테라바이트에 달해 구글이 빅데이터 기술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어두운 천체를 포함한 고해상도 우주지도를 확보하고, 10년에 걸친 우주의 시계열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LSST가 관측을 완료하면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SDSS, Sloan Digital Sky Survey)’에서 관측한 어두운 천체보다 40배 더 어두운 천체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암흑물질 서베이(DES)에서 변광성을 이용해 측정한 거리에 대비해 3~4배 더 먼 거리까지 정밀하게 얻을 수 있다.
천문연은 LSST 자료접근권을 확보한 국내 유일 기관으로, 국내 연구자들에게 LSST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천문연은 2011년 미국으로부터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은 이후 논의를 거쳐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및 에너지부(DOE)와 천문연 현물기여를 통한 자료접근권 확보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전문인력 제공, 공동인력 양성, 신속 후속 관측을 위한 천문연 관측시설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활용, LSST 자료배포 및 분석을 위한 지역거점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망원경으로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며 “방대한 LSST 관측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고, 관련 연구에 인공지능과 기계학습법을 적용해 놀라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