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문화] 30대 이상의 미혼 남녀들에게 추석 연휴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친지들이 모여 결혼 문제에 대해 한소리씩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와 친지들의 성화를 피하기 위해 자신만의 추석나기에 골몰하고 있다.
25일 소셜데이팅 서비스 업체 ‘이츄’가 30대 미혼 남녀 68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5.6%가 ‘결혼하라거나 애인을 만들라고 재촉하는 것’을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로 꼽았다. 따라서 명절에 가족을 피해 호텔로, 해외로 떠나는 솔로들이 적지 않다.
L호텔 추석 패키지를 선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이모(35·여)씨는 “명절 때마다 시집은 언제 갈 거냐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며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연휴 때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푹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28일부터 바비큐 및 피트니스, 사우나 패키지를 진행하는 서울 역삼동 S호텔의 관계자는 “패키지 상품 고객은 주로 경제력 있는 30, 40대 골드미스”라며 “마사지도 받고 우아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피신 가는 여행족도 적지 않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잔소리 피해 떠나는 추석 연휴 해외여행’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홍콩, 세부, 싱가포르, 일본 등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맞춤 여행 상품이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김모(37)씨는 “추석 연휴에 가족을 피해 일본 여행을 가려고 여름 휴가도 안 썼다”며 “부장님도 노총각 딱지를 떼지 못한 처지를 이해해 열흘간의 휴가를 허락해줬다”고 말했다. M여행사 관계자는 “연휴기간인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자유여행 예약자는 450명 정도로 주로 20, 30대이며 혼자 혹은 2∼3명이 가는 경우”라고 말했다.
당직을 대신 서주는 ‘당직족’도 있다. 이들의 최후 피신처는 회사인 셈이다. 일이 많다고 핑계를 대거나 당직이라고 하면 가족들도 이해해 준다는 것. 한모(40·여)씨는 “추석 당일 후배와 당직을 바꿨는데, 후배는 명절에 집에 갈 수 있어 좋고 나는 친지들의 결혼 성화를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명절 연휴 동안 성형수술을 하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최모(30·여)씨는 “연휴에 맞춰 쌍꺼풀 성형을 하려고 예약했다”며 “이번 추석을 자신감 회복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사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