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스포츠]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지난해 6월4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본보가 단독으로 만난 ‘당구 얼짱’ 차유람(24)은 옛 사진들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를 향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연예인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돋보이는 외모에만 집중됐기 때문이었다. 그가 큐(Cue)를 잡을 때도 스포트라이트는 오직 얼굴과 몸매로만 향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선정적 사진이 촬영되기도 했다. 2009년 필리핀 세부에서 촬영한 섹시 콘셉트 화보는 이 같은 현상을 부추겼다.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민망한 사진들이 먼저 나타났다. 일부 남성 팬들이 차유람을 선수가 아닌 볼거리쯤으로 여겼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차유람도, 소속사 IB스포츠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당시 차유람과 함께 본보 기자를 만난 IB스포츠 관계자는 “차유람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옛 사진들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선수로만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앞으로 화보를 촬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차유람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아시안게임에서 확실하게 선수로 눈도장을 받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다섯 달 뒤 차유람은 한국 당구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나 두 종목에서 잇따라 8강 탈락하며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빼어난 외모 덕에 유명세가 계속됐다. 차유람은 그러나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초라한 결과로 돌아와 죄송하다. 다음 대회를 위해 빨리 회복하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다짐을 남기고 공개 활동을 줄였다. 광고를 제외하면 화보촬영도 없었다.
적어도 지난 네 달간은 그랬다. 22일 공개된 남성잡지 ‘맥심’ 4월호 화보에서 차유람이 등장했다. 잡지표지를 장식하며 화려하게 돌아왔지만 화보 콘셉트에는 선수로만 인정받고 싶다는 옛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옆트임이 심한 파티 드레스로 각선미를 뽐내고, 착 달라붙는 바지, 또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도발적 자세를 취했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신했을 뿐, 볼거리에서 선수로 진보하지는 못한 셈이다. 지난 여름 태릉선수촌에서 쏟아진 차유람의 구슬땀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