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권 안팎에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은행권은 잇따라 후속조치에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대출 모집법인별 신규 취급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출 신청 상담, 신청서 접수와 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모집 법인과 대출 상담사를 뜻한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할 때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의 일환”이라며 “주택시장 안정화와 연중 안정적인 금융공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분기별 한도 관리를 위해 이날 대출모집인을 통한 7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행 접수분의 추가 모집을 중단했다. 신한은행 창구와 비대면 접수는 가능하다. 오는 8월 이후 신규 실행 건에 대해서는 모집인 채널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24일부터 타행 대환(갈아타기) 주담대 상품을 대면과 비대면 모두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일부터 은행 재원의 대면 전세자금대출 타행 대환 취급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9일부터는 수도권 소재 1주택 이상 주택구입자금 취급을 일시 제한했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른 후속 대응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4조원 늘어나 752조749억원에 달한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3조원 가까이 불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75%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서울 아파트값은 20주 연속 상승하며 6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오름세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해 마포, 성동 등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돼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매수 심리가 커지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전월보다 9p 올랐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상승폭도 2023년 3월(+9p) 이후 최대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100보다 작으면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넘겨 가계대출을 취급하거나 공격적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계대출 폭증세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월별·분기별 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넘기지 말 것을 주문했다. 목표치 초과 시 현장 점검도 예고했다. 금감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가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3일 은행연합회장 및 18개 사원은행장들과 함께 참석한 간담회에서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기조 아래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리스크가 재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은 한은의 정책 기조에 협력하겠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가겠다고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