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공의 임원 5인 줄사퇴…“해결 위해 책임지는 사람 없어”

의협 전공의 임원 5인 줄사퇴…“해결 위해 책임지는 사람 없어”

기사승인 2025-06-26 14:15:48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이 로비에 걸린 병원 홍보물 옆으로 이동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직 사퇴를 공식화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의협 집행부를 맡았던 전공의 임원들도 모두 물러난다. 정부와 현실적 협상 방안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커지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 부회장 박단, 정책이사 김민수, 기획이사 김유영, 기획이사 박명준, 국제이사 이혜주 이상 5인은 의협 임원직에서 사퇴한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사직 전공의다. 박 전 위원장이 대전협을 이끌 당시 박명준 이사는 부회장을, 김민수 이사는 대외협력이사, 이혜주 이사는 정책이사를 각각 맡았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인 김유영 이사도 대전협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의료계 강경 투쟁을 이끌어온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출범한 김택우 의협 회장 집행부에 합류해 부회장직을 겸임했다. 그러나 최근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이 거론되고 대형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 파열음이 커지면서 박 전 위원장은 24일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전협은 새 비대위 구성에 나선다. 대전협은 이날 저녁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직 전공의들의 임원직 집단 사퇴에 따라 의협 집행부도 당분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열겠다고 공지했다가 오후 늦게 브리핑을 서면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선 의정 갈등 해소에 있어 의협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 A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협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며 “의협은 지금껏 박단을 신줏단지처럼 떠받들기만 했을 뿐 사태 해결을 위한 전략이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사직 전공의들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문의 시험 추가, 수련시간 단축 등 앞서 정부가 특례 조치를 수차례 제시했지만, 전공의들은 적극 호응하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새 정부 출범 뒤에도 현장 복귀 조건으로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면서 제자들 편에 섰던 의과대학 교수들마저 등을 돌리는 양상이다. 선배들을 적으로 삼는 언사에도 인내를 가졌던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이제는 임계점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B교수는 “전공의들이 복귀를 원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나갈 땐 마음대로 나갔지만 이제 와서 또 마음대로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라며 “최소한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짚었다.

A교수도 “전공의들이 의료공백을 운운하며 환자 중심, 올바른 의료를 강조하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다. 책임을 회피한 채 자기 편의적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오겠다면 하반기(9월) 모집에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굳이 복귀를 위한 별도 창구를 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